슈마컴에 투자하고 있는 얘기.
종목 추천, 투자 권유 절대 아님 주의하세요.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주식은 AI의 열풍을 타고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120달러에 달했다.
그러다가 힌덴버그 리서치에서 SMCI의 회계 조작, 부정 거래 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놓았고
주가는 하루만에 30퍼센트 이상 급락한다.
내가 슈마컴을 매수한 것은 주가가 30~40달러 정도 하던 지난 12월.
SMCI가 2018년 회계리포트 제출 지연으로 나스닥에서 디리스팅된 적이 있다는 점,
그리고 이번 힌덴버그 리서치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리스크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과하고 슈마컴은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으며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도 지속되어가고 있다는 점,
힌덴버그 리서치의 주장들이 사실무근일 수 있다는 각종 근거들,
이 경우 심하게 저평가되어 있어 업사이드 포텐셜이 크다는 점이 매수의 이유였다.
물론 내부자가 아닌 이상 회계 조작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다 잃어도 괜찮을 금액만 투자했다.
슈마컴에 투자하게 되면서 레딧에 있는 슈마컴 관련 서브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슈마컴에 올인하거나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슈마컴에 투자한 사람들도 꽤 있었고
주가가 요동치는 과정에서 이들이 느끼는 공포감은 상당했다.
그러다 지난 2월 중반의 어닝스 콜에서 CEO인 찰스 리앙이
데드라인인 2월 25일까지 지연된 회계 리포트를 제출할 수 있음을 "자신한다"고 언급하면서
잔뜩 긴장했던 투자자들은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고
그후 슈마컴의 주가는 60달러 언저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찰스 리앙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회계 리포트를 제출할 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이 리포트의 제출에 회사의 운명이 달려 있는 상황이기에
많은 이들이 이 리포트들이 데드라인 며칠 전에는 제출되겠지 하고 추측했었다.
데드라인이 코앞에 다가오도록 제출이 되지 않자 레딧 커뮤니티에는 불안감이 극심했다.
나 역시 설마 이 큰 회사의 CEO가 회사 운명이 달린 상황에서 못지킬 약속을 했겠나 싶으면서도
마음 한 편에는 이러다 제출을 안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닝스 콜에서 분명 찰스가 데드라인까지 제출하는 데에 자신있다고 하는 걸 직접 들었는데
이상하게 그의 말투는 자신감있게 들리지 않았었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찰스슈왑 네트워크의 한 앵커도 들어본 것 중에 가장 "weakest conviction"이라고 코멘트할 정도.
그리고 운명의 데드라인 당일 2월 25일.
SEC의 EDGAR 시스템에 제때 제출하기 위해서는 동부 시간으로 오후 5시 30분까지 제출해야 했다.
레딧 커뮤니티의 유저들은 수없이 슈마컴의 홈페이지를 리프레쉬하면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당시 태국에 있던 나 역시 새벽까지 슈마컴과 레딧을 체크하며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렸는데
25일 당일 아침까지 제출이 안되고 있자 정말 제출 안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투자 인생에서 주가가 떨어져서 스트레스 받았던 일들이 숱하게 있었는데
이렇게 회계 리포트 제출이 되나 안되나로 마음 졸인 적은 또 처음이었다.
그러다가 깜박 잠이 들었고 새벽에 잠에 깨어 보니 주가가 급등하고 있었다.
슈마컴은 결국 회계 리포트를 제출한 것이다. 막판에.
레딧의 슈마컴 커뮤니티는 환희로 가득찼고
승리를 자축하는 각종 밈과 슈마컴 투자해서 번 돈으로 뭘 살거야 이런 포스팅이 난무했다.
나도 이날만큼은 그때까지 한 마음고생과 며칠 동안 잠을 설친 걸 다 보상받는 듯 진심 기뻤다.
이제 슈마컴 주가가 급등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순진한 생각이었다.
회계리포트 제출이라는 리스크가 사라졌으니 주가가 오르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음에도
제출 이후 며칠동안 주가는 오히려 하락에 하락을 거듭했고
레딧의 투자자들은 세력들의 조작이라느니
전형적인 buy the rumor, sell the news라느니 하며 분노에 찼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레버리지를 쓰거나 콜옵션을 매수했던 이들은 특히 큰 손해를 보았고
슈마컴에 올인했던 이들은 주가 흐름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자 패닉에 휩싸였다.
그리고 최근까지 약 한 달 동안 슈마컴 주가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생긴 주식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 등으로
오히려 회계리포트 제출 전보다 하락한 상태이다.
그나마 지난 금요일에는 JPMorgan의 목표가 상향 등에 힘입어
8퍼센트 가깝게 올랐고 몇몇 기관들의 투자의견 변경으로
뒤늦게나마 반등의 기미가 보여서 다행이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주가가 훨씬 더 갈 수도 있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을 더 늘리지 않은 이유는
AI 서버 마켓에서 핵심적인 플레이어로 엔비디아의 긴밀한 협력관계에 힘입고 있지만
슈마컴 만의 '경제적 해자'가 내게는 뚜렷히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가면서 경쟁이 심해지면 대체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장점일 수도 있지만 리스크가 될 수 있다.
탁월한 기업에서 볼 수 있는 창립자의 리더쉽도 아쉬움이 남는다.
슈마컴에 투자하면서 찰스 리앙의 여러 인터뷰와 어닝스 콜을 들었는데
인품은 좋아 보이지만 투자자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 분은 아닌 것 같다.
앞으로 남은 호재는 새로운 CFO를 임명하는 것인데
여기까지 되면 지금까지의 회계 조작 스캔들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챕터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슈마컴 투자는 현재 진행형. 다행히 저점에서 매수해서 현재는 미실현 이익 구간이긴 하다.
다 잃어도 될 만큼 투자했음에도 회계리포트 제출과 그 이후의 주가 흐름으로 스트레스를 좀 받긴 했다.
그나마 얻은 게 있다면 단기간의 주가는 상식에 근거한 예측과는 한참 동떨어질 수 있다는 교훈.
너무 당연한 말이긴 한데 잊고 있었다.
그나마 옵션이나 레버리지를 쓰지 않아서 언젠가 오를 거라는 희망으로 버틸 수 있었다.
리스크가 해소되면 주가가 오르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장기적으로는 그 방향성으로 갈 확률이 높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이제 반등의 조짐도 나오고 있고 앞으로 실적도 잘 나와준다면
AI 산업의 성장세를 타고 훨씬 더 갈 수 있는 종목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가 올 때까지 열심히 들고 가볼 생각이다.
이렇게 사람 피곤하게 하는 주식은 또 오랜만이다.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의 책 The Technological Republic: Hard Power, Soft Belief, and the Future of the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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