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일상

은퇴하고 여행하는 이유

파이어 여행자 2024. 10. 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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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면 여행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그 중의 한 명이었다. 

 

대학생 시절 오지로 훌쩍 떠났던 배낭여행을 통해 

내가 여행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 나는 온전히 내가 되어 자유로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잠시 머뭇거리다가 책 읽기라고 대답했다. 

 

그러고서 한참 뒤에 

아, 나 여행 좋아하는데

왜 생각이 안났을까 안타까워했다. 

 

회사 일로 출장을 가게 되면 

재빨리 낯선 곳의 풍경과 음식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꽉 찬 비행기의 탑승 그룹 넘버 4 승객이 되어 

다음날의 업무를 걱정하며 일상으로 복귀했다. 

 

 

퇴사를 결심하며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이번이 아니면 후회할 것 같았다. 

 

겨울이 없는 따뜻한 나라들을 여행하고 싶었다. 

수년동안 미국 동부 지역에서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던가.

 

가진 물건을 처분했다. 

퇴사를 하고 나니 더이상 필요없는 물건이 많았다. 

 

하지만 아끼던 트위드 재킷을 처분할 때에는

아쉬운 마음에 자꾸 뒤돌아 보았다. 

 

아마존에서 산 40리터짜리 여행배낭은

랩탑과 여름옷 몇 벌, 조리 한 켤레, 세면도구와

간단한 화장품을 넣자 꽉 차버렸다. 

 

 

다 챙긴 가방을 어깨에 메는 순간 깜짝 놀랐다. 

가방은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고

내가 더이상 젋지 않은 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때 여행이라는 것이

내게는 잘한 결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났다.

나는 10월 말에도 30도가 넘는

따뜻한 도시에서 지내고 있다. 

 

 

여행이 일상이 된 지금

나는 그 어느때보다 자유롭고 여유롭다.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다. 

미팅에 늦을까봐 조바심을 낼 일도 없고

억지 웃음을 지으며 누군가의 비위를 맞출 일도 없다.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위장 장애와 편두통이 사라졌다. 

대신 걸어다니느라 발가락엔 물집이 잡혔다.

 

요즘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는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떠나온 것은 역시 잘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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