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일상

고등어 고양이와의 추억

파이어 여행자 2024. 10. 3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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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고양이를 키우던 시절이 있었다. 

벌써 작년 봄의 얘기다.

 

이마에 선명한 M자와 

갈색과 회색이 섞인 털에 까만 줄무늬, 

하얀 양말을 신은 아기 고양이였다. 

 

한번도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던 나는

이제 젖을 뗀 아기 고양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고양이는 처음 접하는 사료도 잘 먹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화장실에 갔다. 

 

으깬 얌도 좋아했다.  

밥을 다 먹으면 흰 양말을 낀 앞발로

모래를 헤치듯이 바닥을 긁곤 했다.  

 

 

내가 침대에 앉아 있으면

제 몸보다 훨씬 높은 헤드보드 위로 올라와

나를 감시라도 하듯이 보다가 꾸벅꾸벅 졸곤 했다. 

 

 

가끔은 포도색 젤리가 박힌 발바닥도 보여주곤 했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활동적인 성격이었다. 

잠자는 시간만 빼고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물고 갉고 방안 곳곳을 뛰어다녔다. 

 

밤이면 침대 밑에서 암모나이트처럼 동그랗게 몸을 구부리고

내 슬리퍼를 물어뜯곤 했다. 

 

 

그렇게 쉴 새 없이 뛰어 놀다가 

천사같은 얼굴로 잠이 든 모습을 볼때면

왠지 가슴이 아릿해지곤 했다. 

 

 

고양이의 흰 솜털 덮인 앞발을 볼때면

손으로 꼬옥 쥐어주고 싶었다.  

 

 

그해 여름 갑작스럽게 한국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그것은 고양이와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부랴부랴 고양이를 돌봐줄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온화한 성격에 다른 아기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장난치기 좋아하는 우리 고양이는 적어도 심심하진 않을 거니까.

 

 

새 주인이 데리러 오던 날 나는 많이 울었다. 

영문도 모른 채 이동장에 들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고양이에게

수없이 미안하다고 말했다. 

 

 

고양이는 잘 지내고 있을까?

벌써 작년 일인데 그 애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려온다. 

 

건강하고 행복해야 해.

조용히 마음 속으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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