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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파이어 이야기 3: 절약

파이어 여행자 2024. 10. 1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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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하기 시작하면서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마련하고 싶었고

유일한 방법은 절약이었다. 

 

내 지출 항목에서 가장 비중이 큰 것이 주거비였다. 

미국에선 전세가 없기 때문에 렌트를 하고 살았는데

매달 백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살던 곳은

렌트비가 다 그만그만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포기하고 살던 참이었다. 

 

하지만 나는 좀더 적극적으로 렌트비를 줄일 방법을 찾아 보았고

다른 동네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 동네는 직장과는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운전 시간이 좀더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었고

면적도 전에 살던 곳에 비해 훨씬 좁았지만

렌트비를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매트리스를 하나 놓으면 꽉 차는 베드룸 하나에

그보다 아주 조금 큰 거실과

전자렌지 하나를 놓기도 비좁은 주방이 딸린 초소형 아파트였다.

 

집이 좁고 환기도 잘 안되는 구조라서

주방에서 음식을 하면 

다음날 음식 냄새가 밴 외투를 입고 출근해야 했다. 

 

 

 

그 밖에도 줄일 수 있는 소비는 모두 줄이며

꽤나 궁상스럽게 살았다. 

간간히 하던 쇼핑도 끊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중고샵에 갔다. 

마트에 가면 가장 저렴한 물건으로만 장바구니를 채웠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있는 친구들과의 모임을 제외하면

외식이나 테이크아웃도 하지 않았고

외식을 하게 되면 가장 저렴한 메뉴를 시켰다. 

 

매일 아침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

전날 먹고 남은 음식이나 샐러드를 점심 도시락으로 싸갔다.

 

 

 

난방비가 비싸서 겨울에도 난방을 하는 날이 드물었다.

집 안에서 두꺼운 옷을 두겹 세겹씩 껴입고 

목도리까지 하고 겨울을 보냈다. 

 

유튜브에서 브이로그나 먹방을 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 없는 미국의 시골 동네에서

아끼고 아껴가며 살던 내게는

후라이드 반 양념 반 치킨을 떡볶이와 같이 먹거나

제과점에서 빵을 한봉지 가득 사서 리뷰하는 그런 영상들이

성냥팔이 소녀의 환상처럼 달콤하게 느껴졌다.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내 자신이 대견스럽고 고맙다. 

다소 늦었지만 그때라도 투자금을 적극적으로 마련했기 때문에

이후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타고 자산을 불릴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미안하고 후회가 된다.

다시 오지 않을 30대라는 시기를  

절약을 한답시고 못 먹고 못해본 것이 너무 많은 채로

보내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돈이 더 들어도 겨울에 난방을 더 해서 따뜻하게 보내면 좋았을 걸,

가끔은 맛있는 걸 사먹으며 여유를 갖고 살면 좋았을 걸 하고

부질없이 후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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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위 말하는 '파이어(FIRE) 족'이다.  혼자 힘으로 미국에 와서 대학원 공부를 마쳤고그 후 10여년 동안 회사에서 일하며경제적 자립을 위한 자산을 마련했다. 작년에 목표했던 자산 금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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