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절약과 저축을 했던 이유는
내집마련을 위해서였다.
전세 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매월 나가는 렌트비가 만만치 않다.
렌트비를 줄이기 위해 이사까지 했지만
여전히 월급의 상당 부분이 렌트비로 나가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한국에 비해 부동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덜한 편이지만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이며
주식 투자와 더불어 자산 형성의 주요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당시 나는 대학생 시절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의 수년동안
이사를 밥먹듯이 해오며 매년 낯선 아파트에 들어가 적응하는 일에 지쳐있었다.
어느 아파트나 크건 작건 문제가 있다.
물때가 낀 지저분한 화장실이며 윗층 사는 이웃의 발소리,
방음도 단열도 제대로 안되는 얇은 벽,
보증금을 떼어먹는 데 혈안이 된 아파트 매니지먼트 회사 등에 시달리다 보니
내 집을 사서 이사를 그만 다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했다.
미국에서는 주택을 매수할 때 주택 가격의
20퍼센트를 (그 이하도 가능) 다운페이먼트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에 다니면서 월급을 탈 때마다 일정 금액을
Ally Bank의 savings account에 넣고 이자를 받으며 불려나가기를
지루하게 반복한 끝에 저축액과 투자 수익금을 합해서 원하는 금액을 마련할 수 있었고
집을 보러다니고 부동산 에이전트를 알아보고
거래하던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복잡한 서류 작업을 거친 후에
내 집을 마련하게 되었다.
몇 달 동안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클로징을 하던 날에는
뭔가 인생의 중요한 숙제를 해치운 듯한 기분에 뿌듯했다.
그리고 나는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골치아픈 일이 너무나 많았다.
집에 딸린 조그만 정원에는 잡초가 금방금방 자라났고
정원에 있는 큰 나무에서는 가을이면 어찌나 낙엽이 많이 떨어지던지
주말만 되면 좋아하지도 않는 정원일을 하느라 고역이었다.
지어진 지 수십년도 넘은 집인 탓에
수리를 해야할 일도 자주 생겼고
그럴 때마다 수십 만원이 들어갔다.
이웃들과 벽을 공유하는 구조인 탓에
옆집의 소음을 견디느라 스트레스가 쌓였다.
홈오너가 된지 몇달도 되지 않아서
집을 산 것이 후회가 되기까지 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나갔고
그 겨울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나는 맘에 들지 않는 집에 갇히다시피 한 채
꾸역꾸역 재택근무를 하며 몇 달을 보냈다.
그리고 2021년 나는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느라
다른 주로 이사를 하느라 집을 매도했다.
마침 팬데믹의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꽤 오른 상황이라
몇천 만원의 수익을 볼 수 있었고
그 수익금을 다음 집의 다운페이먼트와
주식투자에 보태 쓸 수 있었다.
그 집을 생각하면
처음으로 겪어보는 까다롭고 복잡한 매수 절차에 고군분투했던 기억,
주말이면 꽃을 심느라 잡초를 뽑느라 땡볕에서 일했던 기억,
트럼프 지지자였던 옆집 이웃이 불편했던 기억,
회사 친구들을 불러모아 한국 음식을 대접했던
크고작은 기억이 난다.
처음 해보는 홈오너 노릇에 모든 것이 어설프기만 했지만
지나고 나니 아둥바둥 살던 시절의 기억이라 그런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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