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0 - [분류 전체보기] - 나의 파이어 이야기 1
경제적 자유라는 목표가 생기면서
나는 주식투자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나는 서른이 넘었지만
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남들은 한창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시드 머니를 모아가는 동안
나는 밤낮으로 연구만 파던 대학원생 시절을 겨우 마치고
첫 직장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대학원에 다니며 학비를 면제 받고
리서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작으나마 월급을 받았던 덕에
다행히도 대출이나 빚은 없었다.
하지만 대학원생 월급은 렌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도 늘 빠듯했고
연구 이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는 숨막히는 나날이었기에
투자를 해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본격적으로 돈을 모아야지 생각했을 때는
이미 남들보다 출발선에서 한참 뒤쳐진 것처럼 느껴졌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내 자산현황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Fidelity에 직장과 연계한 401k 은퇴 계좌를 가지고 있어서
월급날마다 내 페이체크에서 일정 금액이 자동으로 적립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계좌를 어떻게 운용해야 돈을 불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은퇴 계좌를 체크하고 나서
내 계좌의 수익률이 S&P 500에 비하면 한참 낮다는 것을 알고
어찌나 충격을 받았던지.
내 계좌는 회사 입사와 함께 자동으로 은퇴 전용 뮤추얼 펀드에 가입되어 있었는데
은퇴까지 남은 시기를 고려해 채권과 주식을 일정 비율로 섞은 펀드였기 때문에
안정성은 있었지만 수익률의 측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찾아보니 그 뮤추얼 펀드 이외에도
종류는 많지 않지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펀드들이 몇몇 있었다.
나는 미국 증시의 지수를 추종하며 수수료가 훨씬 적은 펀드로 자금을 옮겼다.
이는 채권의 비중을 아예 없애는 것을 의미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Roth IRA와 개인 투자계좌를 따로 만들어
월급에서 생활비를 제하고 남은 현금을 적립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두 계좌를 만든 것은 너무나 잘 한 일이었고
입사 후에 바로 했었더라면 하고 아쉬워지는 일이다.
Roth IRA 계좌의 경우
이자, 배당금, 자본 이득 등에 대해 세금이 면제된다는 점을 이용해서
배당주나 단기 투자에 주로 투자했다.
아쉽게도 401k와 Roth IRA에는
각각 매년 적립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가 있기 때문에
잉여 현금이 생기면 개인 투자계좌에 넣어
관심이 가는 개별 종목을 야금야금 모아갔다.
나는 변변한 취미 하나 없는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때를 계기로 주식투자는 내 유일한 취미가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나는 몰랐던 세상에 눈을 뜬 것이 너무나 좋았고
주식 공부를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주말이면 서점에 가서 주식 관련 서적과 매거진을 탐독했고
매일 저녁 주식 투자에 대한 글과 자료를 찾아보며
투자할만한 종목에 대해 공부했다.
매일같이 주식 계좌에 로그인해서
내가 투자한 종목들의 성과를 체크하고
또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 지 고민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회사 일은 더 힘들어져 갔지만
투자계좌의 잔고가 조금씩 늘어나는 재미에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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